이 글은 깊은 사색이나 고찰 없이 그냥 짧게 생각나는 대로 적은 글입니다.
얼마 전에 트윗에서 재밌다고 생각해서 리트윗한 글이 하나 있었다.
"15년차 프로그래머의 코딩 비법은? - 구글"
강산이 변하는데 10년이나 걸리던 우리네 조상들과 달리, 우리는 10일이면 조립식 건물을 짓고 10개월이면 어지간한 고층 건물도 지어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는 10년 전인 2003년에 군대에서 제대하고 중고로 IBM 노트북을 하나 구입하여 수업 시간에 들고 들어갔다가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당시에는 그런 사람이 흔하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어지간한 사람이면 당시 내 노트북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성능을 내는 스마트폰이나 패드 하나 정도씩은 다 가지고 있다.
변화가 더디던 옛날, 특히 농경중심의 사회에서 경험은 곧 지식이었고, 오랜 세월동안 경험을 축적하여 생성된 지식과 지혜가 노인들을 공경해야 할 당위성이었다. 이들의 Know-How는 수십년 전에 터득한 것임에도 현재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한 이들의 시행 착오를 줄여주고 심지어 겪어보지 못한 일의 예측까지 가능하게 해주는 교과서이자 지침서였다. "어른"의 말씀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바뀌는 현대에서 어른은 어른의 위치를 잃어가고 있다. 수십년이 아니라 불과 수년 전에 습득한 경험도 별 가치 없는, 시대에 도태한 지식이 되어 버리는 시대에서 윗 세대가 아랫 세대에게 전해줄 수 있는 쓸모있는 지식은 많지 않다. "예전에는.."이라며 말을 꺼내봐야 시대에 뒤떨어진 곰팡내 나는 꼰대취급이나 당하기 일쑤다. 게다가 한 개인이 평생을 투자해도 축적할 수 있는 지식의 양에는 한계가 있으나 현대에는 단 하루만에 그 이상의 정보량을 쏟아내고 있다. 습득은 커녕 단순히 접하기만 하는 것도 벅차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뭔지도 모른다는 플로피 디스켓이 처음 보급되던 무렵, 각종 기사에는 디스켓 한 장에 책 수천권을 담을 수 있다고 떠들어대었다. 이제는 도태되어가는 중인 CD-ROM이 처음 소개되던 무렵, 역시 각종 기사에는 이 디스크 한 장에 도서관의 모든 책들을 수록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인류가 수천년간 쌓아온 지식들이 손바닥만한 디스크 한 장에 다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론 그 정도의 분량을 모두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작성된 인덱스만 있다면 클릭 몇 번, 길어야 수 분 이내에 전 인류가 수천년에 걸려 누적한 기록물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Know-How란 것은 결국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이렇게 하면 된다"라는, 일종의 개인적인 요령이나 지침서와 같은 것이다. "개인적"이라는 말을 붙인 것은 누구나 열람 가능한 형태로 문서화 되어 있는 지식은 Know-How라기보다는 Manual이기 때문이다. Know-How는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취득한 것으로, 다른 사람이 이를 얻기 위해서는 역시 자신이 직접 경험하여 취득하거나 이미 취득한 사람에게서 얻어내야 한다. 개인적인 경험을 문서화 등을 통해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형태로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던 시절에는 사람대 사람으로써 이를 전수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장인과 도제 시스템 등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기록되지 않은 지식이란 것은 전수할 수 있는 사람이 사라지는 순간 소실되기 마련이고, 지역적/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널리 전파되기 어렵다.
지금은 어떤가? 누구나 쉽게 인터넷에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고 거리와 시간의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이를 접할 수 있다. 심지어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영상 통화를 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결국 어떤 일을 하는 Know-How를 갖고 있는 사람만 찾아낸다면 그 지식을 얻어내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Know-Where가 중요해진 것이다.
15년차 프로그래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나는 8년차 프로그래머다. 보통은 익숙한 플랫폼에서 개발을 하지만 업무란게 항상 그렇진 않기에, 간혹 전혀 생소한 플랫폼에서 작업을 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그 플랫폼에 대해 제대로 스터디를 하고 시작하겠지만, 전문 분야도 아닌 곳에 투입되는 케이스는 보통 하나 뿐이다. 바로 빵구가 나서 급하게 수혈이 필요한 경우이고, 다시 말해 느긋하게 스터디할 시간 따위는 없다. 이런 경우 구글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검색어만 잘 입력하면 내가 겪고 있는 문제점의 해답은 90%정도 찾아낼 수 있다. 심지어 해결이 안되는 경우에도, "왜 불가능한가"의 이유를 찾아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는 판단의 근거가 된다. 이것도 저것도 안되면 관련 포럼에 질문을 올리면 매우 친절한 사람들이 자기 시간 써가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 준다. 내가 겪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이미 남들이 다 겪어본 문제이고, 나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자기가 맨땅에 헤딩해가며 얻어낸 소중한 Know-How를 적극적으로 인터넷에 공개한다. 그리고 구글은 이 정보들을 미리미리 수집해 두었다가 갈피를 못잡고 헤매이는 나에게 계시를 내려준다. 구글신님을 찬양하라.
대학 시절 은사님이 이런 얘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교수라고 별 거 없어. 교수는 뭐든지 다 아는줄 아니? 교수도 금방 잊어먹거든. 근데 교수가 학생하고 다른 점이 있다면, 어느 책의 어디쯤을 펴보면 답이 있다는 걸 안다는 거야." 교수라고 해도 학생의 질문에 답을 바로 줄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적어도 답을 찾아내서 다음 시간에 대답해 줄 수는 있다는 얘기다. 교수는 Know-How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Know-Where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 물론 반은 맞고 반은 틀리는 이야기겠지만, 당시에는 그만큼 Know-Where 역시 중요하다는 얘기로 받아들였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Know-How가 쓸모없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Know-Where가 구글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들, 검색어를 알맞게 입력하는 Know-How가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밥을 지어야 하는데 구글에서 농사짓는 법을 검색한들 뭔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 심지어 해답을 찾았다 하더라도 이걸 나의 상황에 맞게 변형하는 작업 역시 Know-How가 없으면 어려울 때가 많다. 심지어는 "어디가면 찾을 수 있다"라는 Know-Where 역시 경험에 의해 취득한 Know-How가 아니던가?
점심시간에 머리나 식히려고 두들기기 시작한 글이 어째 쓸데없이 길어졌다.(....) 쓰다보니 이상해 져서 지운 분량이 남아 있는 분량보다 많은것 같다.ㅜ_ㅜ 더 두드리기도 뭐하니 적당히급 마무리 해야지. 결론은 Know-How만 찾지 말고 Know-Where도 갖춘 사람이 됩시다. 끗..(......)
덧. 어쨌든 프로그래머 이야기니까 IT밸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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